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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뇌 이론 장, 뇌를 넘는 면역계 기반 저장소

by 나미스스토리 2025. 5. 12.

기억은 반드시 뇌에만 저장되는가?

기억과 학습은 오랫동안 뇌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시냅스를 통한 신경 신호 전달, 해마의 활성화, 전두엽의 판단 체계 등은 모두 우리가 ‘기억한다’는 행위를 뇌에 귀속시키는 근거였다. 하지만 최근 생물학계에서는 장내 신경계에 이어, 면역계가 기억을 '보관'하고 '갱신'할 수 있는 제3의 기억 시스템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제3의 뇌'라는 새로운 생물학적 개념으로 정립되고 있으며, 면역세포의 신경 유사 작용과 학습 반응성에 대한 실험들이 점차 그 신빙성을 더해가고 있다. 면역세포의 시냅스 유사 구조 면역세포, 특히 T세포와 B세포는 병원체에 반응할 때 단순히 감지하고 제거하는 역할만 수행하지 않는다. 이들은 항원에 대한 정보, 반응 정도, 주변 환경의 화학 신호 등을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이에 기반해 '기억세포'를 생성한다.

 

이러한 기억세포는 다음번 감염 시 더 빠르게 반응하며, 면역 반응의 일종의 ‘기억’ 형태를 구현한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기억이 단순한 반응성 증가에 그치지 않고, 특정 화학 신호나 세포 간 상호작용에서 신경세포의 시냅스와 유사한 구조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B세포의 항원제시 구조와 주변 세포의 수용체 간 결합은 전기적 신호는 아니지만, 정보 흐름의 방향성과 가중치, 그리고 일시적 통합 같은 측면에서 시냅스적 특징을 보인다. 면역 기억의 다차원적 저장 가능성 면역계는 하나의 병원체에 대해서도 수천 개의 항원을 인식하고, 이들 각각에 대해 특화된 반응 경로를 구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면역세포들은 주변 조직의 상황, 감염 당시의 대사 상태, 스트레스 호르몬 수준까지 고려해 ‘기억 패턴’을 결정한다. 이는 기존에 생각했던 단순한 항원-항체 반응 수준을 넘어서, 매우 정교한 ‘조건 기반 기억화’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면역계는 감정, 스트레스, 수면 등 뇌의 작용과 밀접한 신호와도 상호작용하며, 기억의 다차원적 저장 및 회상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 구조를 가진다. 장-뇌-면역 축의 확장된 이해 최근 의생명학계에서는 '장-뇌-면역 축(gut-brain-immune axis)'이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이 이론은 장내 미생물, 신경계, 면역계가 상호작용하며 인간의 행동과 기억,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이 가운데 면역계는 단순히 병원체를 처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정보 감지-전달-적응을 수행하는 반응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다. 예컨대, 특정 음식 섭취 후 장내 미생물 조성이 바뀌고, 그로 인해 면역세포의 신호가 달라지며, 이 신호가 뇌로 전달되어 특정 감정 상태나 회상을 유도할 수 있다. 반대로 뇌에서 받은 스트레스 신호가 면역 반응성을 변화시키고, 이로 인해 다시 장내 미생물 구성이 조정되는 상호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기억의 제어권을 나누는 생체 시스템 만약 면역계가 기억을 저장하고 필요 시 다시 호출할 수 있다면, 인간의 기억은 더 이상 '두개골 안'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면역계 단기적

기억뿐 아니라, 장기적 ‘행동 습관’이나 ‘조건 반응’과도 연결될 수 있다. 예컨대 특정 감염 상황에서 학습된 면역 반응이, 이후 스트레스 반응이나 음식 선호 행동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신의학, 행동의학, 심리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특히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특정 공포 조건에서 면역계가 기여하는 역할이 밝혀진다면, 기존 치료법과 전혀 다른 접근이 가능해질 수 있다.

 

면역계 기억의 실험적 관찰 사례

일부 실험에서는 마우스에게 반복적으로 특정 자극(예: 특정 주파수의 소리와 함께 항원 주입)을 제공한 후, 항원만 주입했을 때도 동일한 스트레스 반응과 면역 반응이 나타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는 자극-기억-면역 반응의 고리에서, 면역계가 특정 ‘자극 패턴’을 독립적으로 기억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B세포를 제거한 마우스와 제거하지 않은 마우스 간 스트레스 반응 비교 실험에서도, 기억 기반 스트레스 회피 행동에 차이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다. 면역세포가 단순한 면역 반응이 아닌, '자극-반응 연결'에 개입한다는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셈이다.

 

맺음말 ‘제3의 뇌’라는 개념은 이제 비유가 아니라, 생물학적 실재로 접근할 수 있는 탐구 대상이 되었다. 면역계는 감지하고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서, 기억하고 예측하며 학습하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새로운 기억 저장소의 존재는 인간의 지능과 감정, 행동을 재정의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생물학, 심리학,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학제적 연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