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키우면서 가장 당황스럽고 힘든 순간이 있다면 아마도 건강하게 잘 자라던 식물에게 병해충이 생겼을 때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처음 식물 키우기를 시작했을 때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햇빛과 물만 잘 주면 식물이 무럭무럭 잘 자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잎사귀가 구멍이 나 있거나, 흰색 작은 벌레가 돌아다니거나, 잎 뒷면에 점 같은 것들이 보이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는 무슨 일인지도 몰라서 검색을 해보다가 '진딧물' '깍지벌레' '응애' '총채벌레' 같은 이름들을 처음 접하게 됐다. 식물에도 병이 생기고 벌레가 꼬인다는 사실이 그때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처음 겪었던 병해충, 그리고 무작정 약부터 찾았던 나
처음에는 너무 당황해서 무조건 인터넷에서 파는 약품부터 찾아봤다. 병해충 방제제, 살충제, 농약 같은 것들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가격도 저렴하고 뿌리기만 하면 해결된다는 설명을 보고 바로 구입해 뿌려봤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효과는 있긴 했지만, 냄새가 강하거나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집 안에서 키우는 식물인데 독한 화학 약품을 쓰는 게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라면 더더욱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친환경 방제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친환경 방제법, 어렵지 않고 내 생활 속에서 가능한 방법
처음에는 친환경 방제법이라고 하면 뭔가 복잡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하나씩 찾아보고 실천하다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만으로도 충분히 식물 병해충을 예방하거나 방제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물로 씻어내는 것이다. 진딧물이나 깍지벌레처럼 비교적 크기가 큰 해충들은 미지근한 물이나 강한 물줄기로 씻어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제거가 가능했다. 그 다음은 식초나 베이킹소다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농도 조절을 잘 해야 하지만, 물에 식초를 소량 섞어 스프레이로 뿌리거나 베이킹소다를 희석해서 잎 표면을 닦아내는 방식도 효과가 있었다. 천연 비누나 주방 세제를 아주 미량 희석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효과적이었던 친환경 방제법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바로 마늘이나 고추, 양파를 이용한 천연 살충제 만들기였다. 마늘과 고추, 양파를 믹서에 갈아서 물과 함께 우려낸 후 그 물을 희석해 식물에 뿌려주는 방식인데, 해충들이 이런 향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다. 만들기도 생각보다 쉽고 보관도 편해서 병해충이 자주 발생하는 여름철이나 환기가 어려운 실내 식물 키우기 환경에서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또 하나 좋은 방법은 계피나 녹차 같은 향이 강한 재료를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계피를 이용한 천연 살충제는 곰팡이 방지에도 도움이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다. 이런 방법들은 자연 친화적일 뿐 아니라 내가 사용하는 식물 환경에도 부담이 적어 오래 사용하기 좋았다.
병해충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병해충 방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예방이었다. 병이 생기고 벌레가 꼬인 후에 치료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식물에게도 큰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에 애초에 병해충이 생기지 않도록 환경을 잘 관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통풍이 잘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과습을 피하며, 주기적으로 잎과 줄기를 살펴주는 습관이 중요했다. 물 주기만 해도 한 번쯤은 잎 뒷면을 살펴보거나 화분 표면을 관찰하면 미리 조기 발견할 수 있었다. 또 너무 빽빽하게 식물을 배치하기보다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식물끼리 환기가 잘 되도록 해주는 것도 좋은 예방법 중 하나였다.
친환경 방제법을 꾸준히 쓰면서 달라진 생각
처음엔 귀찮거나 번거롭게 느껴졌던 친환경 방제법이 지금은 오히려 더 편하고 좋다. 매번 농약을 사서 뿌리기보다 집에 있는 재료로 그때그때 만들어 쓰는 게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됐다. 또 식물과 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나름 힐링이 되기도 했다. 식물 키우기는 단순히 초록 인테리어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 내 생활과 연결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병해충도 충분히 예방하고, 자연에 해가 덜 가는 방식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식물을 키우는 재미를 더 크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계속 실천하고 싶은 친환경 식물 생활
식물을 키우면서 알게 된 친환경 방제법은 단순히 해충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내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작은 식물 한 그루를 키우는 일이지만 그 안에서 내가 환경을 생각하고, 내 건강을 지키고, 조금 더 자연 친화적인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앞으로도 식물을 더 많이 키우고, 더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과 함께 하고 싶지만, 그 과정에서도 친환경적인 방식은 계속 유지하고 싶다. 나처럼 처음엔 아무것도 모른 채 식물을 키우기 시작한 사람들도 이런 경험을 통해 병해충 걱정 없이 즐겁게 식물 생활을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연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고, 그 속에서 천천히 배워가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좋은 힐링이자 배움이라는 생각이 든다.